[심리학 기초] 20_학습 : 고전적 조건 형성 (classical conditioning)

고전적 조건형성(classical conditioning)은 학습의 종류 중 연학학습에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연합'이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한 가지 사건에 대한 학습이 아니라 두 가지 자극 사이의 관련성을 배우는 것입니다. 배운다는 것, 즉 학습은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새로 알게 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그에 이어 행동이나 행동 잠재력 상에서 변화가 나타나는 것 까지가 학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전적 조건형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학습의 정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시다면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심리학 기초] 19_학습의 정의와 종류

이번 포스팅에서는 연합 학습의 종류 중 고전적 조건형성에 대해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1) 파블로프와 조건반사

고전적 조건형성(classicial conditioning)은 20세기 초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Pavlov, 1927)의 실험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는 개의 침샘에 관을 연결해 침 분비를 측정하여, 침 분비는 먹이가 입에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반사적인 반응임을 증명했습니다. 그런데 실험이 진행되면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개가 입 속에 먹이가 있을 때뿐 아니라 먹이가 담겨 있던 그릇을 볼 때, 먹이를 주던 실험자의 모습을 볼 때도 침을 흘리기 시작했고, 실험자가 실험실 문을 여는 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게 되었습니다. 침 분비를 일으키는 물리적 자극이 없이도 침이 흘러나오는 이 현상을 파블로프는 심적 분비(psychic secretion)이라고 이름 붙이고,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 줍니다. 개가 소리에 대한 반응은 보이겠지만 침을 흘리지는 않습니다. 이때의 종소리는 아직 중성적인 자극입니다. 종소리가 울린 지 몇 초 후에 먹이를 주면, 개는 먹이를 먹으면서 침을 분비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수십 차례 되풀이 한 뒤, 종소리만 들려주고 먹이는 주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 개는 먹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침을 분비하게 됩니다.

 

 

이 고전적 조건형성에는 반응, 자극, 반사라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개가 먹이를 먹으면 침을 저절로 분비되는 것처럼, 유기체에게서 자동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자극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뜨거운 난로에 손이 닿으면 뜨거움이 느껴지기도 전에 재빨리 손이 움츠러듭니다. 이러한 반응은 학습되지 않은 자동적인 것으로 무조건반응(unconditioned response, UCR)이라고 합니다. 이 무조건반응을 일으키는 자극이 무조건자극(unconditioned stimulus, UCS)이며, 무조건 자극에 대하여 무조건반응이 일어나는 현상을 무조건반사(unconditioned reflex)입니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 과정

 

종소리는 애초에는 침 분비를 유발하지 않지만, 종소리와 먹이를 여러 번 연관시키면 종소리가 먹이를 예고하는 신호가 되어 종소리만으로도 침 분비가 유발되게 됩니다. 이처럼 어떤 중성자극이 무조건자극과 짝지어짐으로써 새로운 반응을 유발하게 되면 그 자극은 조건자극(conditioned sticulus, CS)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조건자극에 대해 새롭게 형성된 즉, 학습된 반응을 조건반응(conditioned response, CR)이라고 합니다. 조건자극에 대해 조건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조건반사(conditioned reflex)입니다.

 

2) 고전적 조건형성의 기능

개가 종소리에 침을 흘리게 만드는 것이 고전적 조건형성이라면, 그것이 대체 우리 인간과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요? 고전적 조건형성의 본질적인 기능은 유기체가 두 사건들 즉, 조건자극과 무조건자극 사이의 관계성을 학습하여 앞으로 벌어질 일을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대개 조건자극이 무조건자극에 앞서 제시되기 때문에 학습 후에는 조건자극이 무조건자극을 예고하는 신호가 되어, 유기체가 무조건자극에 대비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종소리가 울린 후에 전기 충격이 뒤따른다면, 개는 종소리가 들리면 도망을 가거나 몸을 웅크려 방어 행동을 취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번개가 치면 잠시 뒤 시끄러운 천둥소리가 들릴 것에 대비하여 미리 귀를 막을 수 있습니다. 또, 아프리카에 사는 영양들은 어디선가 사자의 냄새가 흘러오면 미리 멀리 달아날 수 있습니다. 고전적 조건형성이 영양의 생명을 좌우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고전적 조건형성이 오히려 적응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포나 혐오와 같은 정서가 개입된 경우 그렇습니다. 어릴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나중에 수영을 배우기를 싫어하게 됩니다. 물이 조건자극으로, 죽음의 공포가 무조건자극으로 작용되어 물가에 가면 싫은 느낌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 싫은 느낌이 조건반응인 것입니다. 월남전 참전 용사들이 사회에 돌아온 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외톨이가 되거나 난폭한 행동을 하고, 자살까지 하는 일들이 미국에서 사회문제화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전쟁과 같이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후에 심리적 문제를 겪는 것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합니다. 이 참전용사들은 축제에서 들리는 폭죽소리에 즐거워하는 대신 공포스러운 반응을 보입니다. 전쟁에서의 총소리나 폭발음을 닮은 폭죽소리가 조건반사로 작용되어 전쟁터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공포가 조건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

 

이번 포스팅에서는 고전적 조건형성의 대표적인 실험 과정과 조건 형성을 이루는 요소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고전적 조건형성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