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주변 환경의 상태 및 변화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감각과정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포스팅부터는 지각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지각은 감각과정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해석하는 과정입니다. 먼저 지각이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한 정의를 알아보고, 우리가 어떤 대상의 형태를 파악하는 과정인 모양지각까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 주의 (attention)
우리가 깨어있는 동안 우리의 감각기관은 한 시도 빼놓지 않고 기능합니다. 따라서 감각기관을 통해 수집되는 정보의 양은 실로 엄청나지만, 우리가 의식하는 정보는 극히 한정적입니다. 시각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글을 읽는 동안 우리의 의식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지금 읽는 바로 이 단어와 그 앞의 내용뿐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 우리의 시야에 있는 모든 것들이 망막을 자극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듯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수많은 자극 중 일부에만 선별적으로 의식을 집중하는 과정을 주의 또는 주의집중이라고 합니다. 주의집중 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자극은 걸러내고 생존에 중요한 자극에만 몰두함으로써, 그 속에 담긴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주의집중했던 대상이 실제로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떤 대상에게의 중요성은 자극 장면과 그 당시 관찰자의 생리적 상태, 관찰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관찰자의 생리적 상태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며, 지식과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자극에 대한 지각경험도 시간에 따라, 또 개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지각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에서는 오류와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의집중의 대상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관찰자의 의도 외에 외부환경에 따라서도 결정됩니다. 책을 읽고 있는데 누군가 큰 소리를 지르면 책에 집중되었던 주의가 소리 나는 쪽으로 옮겨가게 되는 것처럼, 관찰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주의를 빼앗기기도 합니다. 이 예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주의가 집중되기도 전에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처리합니다. 이처럼 주의를 집중하기 전에 이루어지는 정보처리를 전주의적 처리(pre-attentive processing)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위의 예에서 관찰자의 주의가 소리 나는 곳으로 옮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주의를 집중한 후에야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과 대상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통해 중요함의 여부를 구별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주의에는 주변에 흩어져있는 수많은 자극 중 중요한 것을 선별하는 기능과 선별된 자극 속에 담긴 정보를 처리하는 기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 모양지각
우리가 누군가를 보았을 때, 어떻게 그 사람의 정체를 알 수 있는 것일까요? 여러가지 단서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그 사람의 얼굴 모양을 기초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 그림에서 C를 보고는 얼굴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지만, A와 B가 각각 무엇인지를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A는 얼굴의 구성요소를 갖추고 있지 못하고, B는 얼굴의 구성요소가 들어있기는 하지만 그 요소들이 적절하게 조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상의 형태는 구성요소를 가진다는 것과 그 요소들이 적절하게 조직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우리가 대상의 정체를 파악하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2-1. 지각 조직화 (perceptual organization)
주의집중 과정을 통해 대상이 선정되면 우리의 지각체계는 그 대상을 구성하는 요소를 먼저 큰 단위로 묶어 의미 있는 모양(form)으로 만드는 과정이 시작됩니다. 이 과정을 지각 조직화라고 합니다. 우리가 어떤 대상의 정체를 파악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각 조직화의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지각 조직화 과정은 베르트하이머(Max Wertheimer, 1880~1943), 쾰러(Wolfgang Kohler, 1887~1967), 코프카(Kurt Koffka, 1886~1941)로 대표되는 형태주의 심리학자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연구되었습니다. 그들에 의하면, 우리는 여러 개의 작은 요소를 묶어 하나의 통합된 형태로 지각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 그림을 단지 세 개의 점이 아니라 하나의 삼각형으로 보이는 것은 이러한 경향 때문이라고 그들은 주장합니다. 또한 이 조직화 경향성이 일정한 법칙을 따라 작동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지각 조직화의 법칙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최선의 법칙 (law of pragnanz)
최선의 법칙은 우리가 특정 대상을 지각할 때 가능한 한 가장 '좋은(good)' 형태(gestalt)로 해석하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이란 '규칙적인', '정돈된', '단순한', '대칭적인' 등 여러 가지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래서 단순성 법칙(law of simplicity)이라고도 부릅니다.
최선의 법칙에 따르면 위 그림 중 A를 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원 하나와 사각형 하나가 겹쳐있는 모양으로 지각합니다. B처럼 두 개의 도형이 맞닿은 것으로 지각할 수도 있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최선의 법칙대로 지각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B에서 제시된 두 개의 불규칙적인 모양보다 온전한 원과 사각형이 더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지각의 단순화 경향성은 지각과정이 경제원리에 따르고 있음을 반영합니다. 지각의 경제성(perceptual economy)은 우리는 세상을 가능한 단순하게 지각하려는 경향성을 가지며, 우리의 지각적 판단은 가장 두드러진 최소한의 단서만을 이용하려는 경향성을 가짐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지각의 경제성은 지각의 단순성을 강조하면서 지각의 최소화 경향성(minimum tendency) 또는 최소 원리에 따른 지각(perception by minimum principle)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 완결의 법칙 (law of closure)
완결의 법칙은 주어진 자극의 배열에 틈이 있을 때 그 틈을 메워 하나의 통합된 형태로 지각하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위 그림을 보든 거의 모든 사람들은 삼각형을 인식할 것입니다. 삼각형을 이루는 선분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빠진 선분을 채워넣어 삼각형을 만들려고 하는 우리의 강한 경향성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 형태주의 심리학자들의 주장입니다.
- 유사성 법칙 (law of similarity)
비슷한 속성을 가진 요소끼리 묶는 경향을 말합니다.
- 인접성 법칙 (law of proximity)
서로 가까이 있는 요소들을 묶는 경향을 말합니다.
- 연속성 법칙 (law of continumation)
연속된 패턴을 하나로 지각하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변화나 비연속성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아 최선의 법칙으로 분류될 수도 있습니다.
2-2. 전경-배경 분리 (figure-ground segregation)
우리의 신체는 시야에 있는 모든 대상에 주의를 기울일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대상만을 선택해서 관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선택한 대상과 그 배후의 대상을 분리해서 인식하려는 경향성이 전경-배경 분리입니다. 선택된 대상을 전경(figure)이라고 하며, 그 배후의 대상을 배경(ground)이라고 합니다.
위 그림은 흰 술잔으로 보이기도 하고, 얼굴을 맞댄 검정색의 두 사람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둘이 동시에 보이지는 않습니다. 술잔이 전경이 되면 얼굴은 배경이 되고, 얼굴이 전경이 되면 술잔은 배경이 됩니다. 우리가 의식하는 것은 전경인 것입니다. 그림은 그대로 있지만 우리의 지각경험은 변화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지각경험이란 감각기관을 통해 입력된 정보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우리가 가진 지식을 토대로 해석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각입력 정보를 분석하는 상향처리(bottom-up processing)와 가지고 있는 지식을 기초로 그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는 하향처리(top-down processing)가 합해진 결과로 지각경험은 결정됩니다.
여기까지 우리의 지각과정 중 특정 대상을 선택하는 주의 집중, 그리고 모양을 지각하는 경향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깊이와 거리를 지각하는 방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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