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심리학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행동과 정신과정을 연구하는 과학적인 학문'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와 같이 심리학이 과학적 학문이라면 연구 대상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방법이 과학적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단순하게 추측한 사실이나 막연한 상식은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된 것이 아니므로 심리학적 지식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포스팅에서는 과학적 방법이란 무엇인지, 심리학에서 어떤 과학적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하는지, 또 그 자료를 정리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 과학적 방법이란?
과학적 방법은 첫째, 객관적이어야 합니다. 같은 조건에서 누구나 같은 지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조건에서 연구를 수행했을 때, 그 결과가 같게 나온다면 이것은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과학적 방법은 그 대상이 관찰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과학적인 방법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은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이어서 서로 전달되는 의미가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심리학 용어 중에는 지능, 성격, 학습, 동기, 정서 등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이 많은데 이들은 구체적인 관찰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이 용어들은 구체적으로 조작하여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습이란 일정한 수의 단어를 외우는 횟수에 따라 기억되는 수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학습이라는 용어는 전달되는 의미가 분명해짐으로써 관찰이 가능한 구체적인 대상이 된 것입니다. 셋째, 과학적인 방법은 가설연역적입니다. 과학은 가설에서 시작되는데, 이 가설은 과학적 방법에 의해서 검증되어야 하며, 검증되면 그 범위 내에서 일반화될 수 있습니다. 일반화된 통칙은 다른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또 다른 가설을 형성할 수 있으며, 그 또한 검증을 통해 보다 폭넓은 의미로 일반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과학적 지식은 한없이 확대되어 가는 것입니다.
2 ) 심리학의 자료 수집 방법
심리학의 연구는 자료를 수집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자료수집 방법에는 실험법, 자연관찰법, 조사법, 심리검사법, 사례연구법 등이 있습니다. 실험법과 조사법은 인간이 지닌 공통적인 마음의 이치와 행동의 원리를 확인하는 목적으로 활용되며, 심리검사법과 사례연구법은 개인의 행동 및 심리현상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예측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더 많이 활용됩니다.
2-1. 실험법
실험법은 심리학의 연구방법 중 가장 중요하게 사용됩니다. 인위적으로 통제된 조건에서 연구하고자 하는 변인을 정해진 체계에 따라 변화시킬 때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측정합니다. 여기서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사용되는 특정 변인은 독립 변인이라고 하고, 독립 변인의 변화에 의해 측정되는 결과를 종속변인이라고 합니다. 또 독립 변인 외에 일정하게 통제되고 유지되는 변인들을 중개변인 또는 과외변인이라고 합니다. 실험법은 실험실 밖에서도 수행될 수 있지만 변인 통제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변인들의 통제가 용이하고 실험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 실험실 내에서 많이 행해집니다.
2-2. 자연관찰법
실험법이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것이 아니며 또 어떤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는 실험법보다 관찰법이 더 적절한 경우가 있습니다. 심리학의 많은 연구는 동물이나 사람들의 행동을 그저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언숭이를 자연적인 환경에서 관찰함으로써 그들의 사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 정보는 추후 실험실 연구에 도움을 줍니다. 또 아동의 성장과정을 주의 깊게 관찰 기록하면 발달의 측면에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자연관찰법은 실험법처럼 독립변인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는 없지만 관찰 대상을 체계적으로 세심하게 관찰한다는 점에서 좋은 연구 방법입니다. 그러나 관찰자의 편견이나 희망 등이 투사되는 등 개인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어 객관적인 결과를 얻지 못할 위험도 있습니다. 따라서 관찰자는 정확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는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2-3. 조사법
자연관찰법에 의해 직접 관찰할 수 없는 문제들은 질문지나 면접을 통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적인 반응에 대한 연구와 같이 대상자가 공개적으로 밝히기 꺼려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개인 신상을 밝히지 않고 면접이나 질문지에 의한 조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적 성향 조사나 상품에 대한 기호 성향 등에 대한 연구는 질문지에 의한 조사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 결과를 타당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조사에 응한 집단의 대표성과 그 자료의 분석법이 타당해야 합니다. 이 방법은 질문지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질문지법이라고도 합니다.
2-4. 심리검사법
심리검사법은 인간의 어떤 특성을 측정하기 위해 여러가지 심리검사를 사용하여 각각 측정된 심리적 특성에 따라 개인차에 대한 정보를 양적으로 비교 해석할 수 있도록 합니다. 심리검사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크게 나누어 능력검사와 성격검사로 나눌 수 있습니다. 능력검사에는 지능검사, 적성검사 등이 포함되고, 성격검사에는 태도검사, 흥미검사 등이 포함됩니다. 또 검사를 실시하는 방법에 따라 개인검사와 집단검사가 있고, 종이와 연필로만 검사를 받는 지필검사와 어떤 도구를 조작함으로써 검사를 받는 기구검사(수행검사)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심리검사를 통해 학습 지도나 진로 지도, 기업체에서 인사 선발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2-5. 사례연구법
사례사는 개인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개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상담을 원하는 환자의 전기적인 사례는 환자의 회상에 있어 왜곡되거나 간과되어 표현될 수가 있는데 이러한 왜곡이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사례사를 추성적인 방법으로 재구성하여 과학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사례연구법이라고 합니다. 사례사와 관련된 개인의 과거에 대한 정보는 현재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긴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편견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3 ) 심리학의 자료정리 방법
위 방법들로 수집된 자료들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정리하기 위하여 보통 측정치로 기록됩니다. 측정치의 종류와 통계적인 자료정리법을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3-1. 측정치의 종류
측정이란 측정하고자 하는 대상을 자와 같은 척도를 이용해 재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척도의 성질에 따라 측정치의 특성 또한 달라집니다. 그 종류로는 명명척도, 서열척도, 등간척도, 비율척도 4가지가 있습니다.
- 명명척도
명명척도는 양적 차이가 아닌 질적 차이에 의하여 대상을 나누어 숫자를 배정하는 척도입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할 때 남자를 '1', 여자를 '2'라고 하는데 이것은 명명척도로 분류에 대한 정보로서 의미를 가집니다.
- 서열척도
서열척도는 결과치 사이의 양적인 순서를 고려하여 숫자를 적용하는 척도입니다. 성적이 제일 좋은 학생은 1등, 그 다음 학생은 2등과 같이 서열을 나타내는 수치를 말합니다. 1등과 2등 사이의 차이가 2등과 3등 사이의 차이와 같지는 않습니다. 서열척도는 분류와 서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 등간척도
등간척도는 양적인 서열 뿐 아니라 그 크기가 비교될 수 있도록 같은 간격으로 숫자를 배정하여 구분한 척도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섭씨온도계의 눈금이 있습니다. 10℃와 20 ℃ 사이의 차이와 20℃와 30 ℃ 사이의 차이는 같습니다. 등간척도는 심리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척도로서 IQ점수도 그 중 하나입니다. 등간척도로 얻은 측정치를 통해 분류, 서열에 더해 동간성의 정보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 비율척도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길이, 무게, 시간의 척도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런 척도들은 절대영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비례적인 비교가 가능합니다. 척도점수의 가감은 물론, 승제도 가능하여 등간척도보다 더 의미있는 비례성의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3-2. 통계적 방법
연구자료를 통계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으로 크게 기술통계적 방법과 추리통계적 방법이 있습니다.
- 기술통계적 방법
기술적 통계란 어떤 집단의 특성을 통계적으로 요약해서 기술하는 것으로, 그 집단에서 얻어진 측정치 자료를 분포로 제시하는 방법입니다. 분포된 형태에 의하여 대충 그 집단의 특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기술통계에는 분포가 어느 지점에 몰려 있는가를 통해 평균치, 중앙치, 최빈치 등을 계산할 수 있는 집중경향치와 분포가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가 하는 분산의 정도로 표준편차, 평균편차, 4분편차, 범위 등을 알 수 있는 변산도가 있습니다. 집중경향치와 변산도는 각각 집중의 정도와 분산의 정도를 나타내므로 서로 반대의 의미를 가집니다. 보통 집단의 특성을 기술할 때는 두 통계치에 의해 기술하는데, 두 집단이 같은 평균치를 나타내더라도 표준편차는 다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기술통계에는 상관계수라는 중요한 통계치가 있습니다. 집단 구성원들의 한 변인점수와 또 다른 변인점수 간에 관계되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심리학에서 r로 표현됩니다. 예를 들어, 심리학과 학생들의 1학년 평균학점과 대학입학 수능시험 성적의 상관 정도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 때, 평균학점을 Y축, 수능시험 성적을 X축으로 하여 1학년 학생 5,000명 각 개인의 두 점수를 짝지어 분포를 작성합니다. 그 분포가 일직선에 가까운 정도에 따라 -1 ≤ r ≤ +1의 범위로 표시합니다. 만일 두 변인이 한 변인이 증가할 때 다른 변인도 증가하는 정적 관계이면서 일직선으로 나타날 때는 상관계수 r=1로 보며, 반대인 부적 관계이면서 일직선으로 나타날 때는 상관계수 r=-1로 표현됩니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상관관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 변인이 다른 변인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있지만 그러한 결론은 실험적인 증거가 없이는 타당하지 못하다는 것을 상관관계 해석 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입니다.
- 추리통계
추리통계란 관찰 대상인 소수의 자료를 기초로 그들이 속한 전체의 집단에 대해 추론하여 결론 내리는 통계적 방법을 말합니다. 표집(소수 집단)에서 전집(전체 집단)을 추론할 때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집에 대해 적절한 대표성을 가진 표집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무작위로 표집을 선정함으로써 전집을 대표하려고 합니다. 한가지 예로 우리는 사전의 전체 단어 수를 추정하기 위해 무작위로 선택한 페이지의 단어 수를 세어봅니다. 그런데 이 무선 표집(random sample)을 반복해보면 이 역시 전집을 대표할만큼 그 표집들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약간씩은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표집에는 오차가 있게 마련임을 알 수 있으며, 추리통계는 이 표집의 오차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95% 수준이라는 말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그 오차 범위 내에 95%의 확률의 정확성을 띈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포스팅까지 심리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서론으로서 심리학의 정의, 학문으로서의 성립 과정, 출현 배경, 연구 분야와 연구 방법 등을 짚어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심리학에서 실제 연구하고 다루는 내용들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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